Is It 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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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4 꼬박꼬박 무언가 쓴다는 것

흐바흐바 2019. 10. 6. 22:26

일기는 나름 쓰고 있었고, 올해 들어 다이어리는 매일 쓰자고 다짐해서 다이어리에만큼은 뭔가를 끄적이고 있기 때문인지 블로그엔 매우 소홀했다. 그런데 몇 주 전, 블로그에 들어와 내 글을 찬찬히 보니 2012년의 나, 2013년의 나... 나의 생각이 차곡차곡 들어 있었다. 놀라웠다. 글만으로도 그 때로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 돌아간 게 아니라 시간과 공간이 옮긴 듯한 느낌 그 자체. 무엇보다 다이어리는 한 해가 지나면 들고다닐 수가 없는데, 여기엔 사진도 댓글도 나도 있으니... 이 공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뭔가를 쓰고자 한다. 그렇다. 뭔가를 쓴다. 블로그에.

 

지난 금요일에는 러닝 크루에서 만난 친구들과 한강을 갔다. 한강은 내가 서울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지만, 요 몇년 중 99%는 한강에 달리기만 하러 간 것 같다. 달리기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중요한 건 한강 피크닉을 한다는 사실이었다. 여느때 10월보다 조금은 덥던 10월 4일. 한강은 조금 먼지가 꼈지만 꽤 좋았고 한강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때로 누워서 하늘을 보았다.

구름을 볼 때마다 보진 않았지만 한 작가의 웹툰 제목 '구름의 이동속도'라는 말이 떠오른다. 하늘엔 짧은 구름들이 퐁-퐁-퐁- 떠있었다. 요즘은 흰색 버블티도 있나하며 웃음이 났다. 하늘이 가득 머금고 있는 하얀색 버블티 같은 구름. 그렇게 버블티를 눈으로 맛보며 나는 오로지 내가 있는 공간과 시간에만 집중했다. 별일까? 인공위성일까? 버블티 사이로 보이던 반짝이던 것. 그 반짝임을 가리지 않고 찬찬히 지나가는 밤의 흰 구름. 익숙하지만 꽤나 오랜만이었던 친구들의 웃음소리.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푯말 앞에 동그르르 앉아 있는 친구들. 옆 돗자리의 소주 까는 소리(청량) 다른 옆 돗자리의 코를 찌르는 라면 냄새. 온갖 곳에서 들려오는 나의 모국어. 그리고 대화. 

그런 곳에 있노라면 내가 누구인지, 어떤 것을 보는지, 왜 여기 있는지 생각할 필요가 아예 없다. 그냥 온전히 나 자신 뿐.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오로지 나 자신의 '존재감'을 생각했다. 

미연이는 계속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다. 진짜 행복하더라도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은 천지차이이다. 한 시간 간격으로 그 말을 하는 친구를 보며, 친구의 표정을 보며 나도 생각했다. 여기에 있어서 참 다행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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