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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0년 6월 28일 단상

흐바흐바 2020. 8. 30. 15:01

2020.06.28. 요즘의 단상


1. 4년 2개월을 쓴 핸드폰을 바꿨다. 갑자기 패널이 나가 지멋대로 눌리기 시작하길래 아 이건 돌아올 수 없는 강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바꾸라는 성화도 있었지만, 생활에 큰 불편도 없었고, 무엇보다 핸드폰이 '멀쩡'했으며, 나중으로 갈수록 환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핸드폰에 들어가는 중금속, 희토류 등은 차치하더라도 핸드폰을 4.50년 더 쓰면 53%의 탄소 감축, 45% 에너지 절감, 49%의 물 절약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니 비루한 나라도 자그마한 나무 몇 그루는 심었으리라. 세계 평균 스마트폰 사용 주기는 2.7년, 한국은 2.2년. 그리고 안드로이드의 경우 업그레이드 지원 기간은 평균 20개월. 아이폰 37개월. 지원이 끝나니 스마트폰이 튼튼해도 쓸 수 없게 되는 이 구조는, 누가 만들고 있는 것인가?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지 6개월이 되면서 누군가의 말처럼 '인간이 지구의 바이러스'란 말에 실감하게 된다. 하늘은 파래지고, 동물은 생명을 되찾는다. 어차피 마스크 없으면 어디 갈 수도 없는데, 어디까지가 인간의 영역인지 논의하는 것 자체가 모호해진 게 아닌가. 지난 5월,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편의점에서 샐러드를, 한 끼 식사 대용의 채식쉐이크를 시켜먹었다. 그랬더니 내가 하루에 버리는 쓰레기가 일회용 포크, 샐러드 담은 플라스틱 용기, 채식 쉐이크 페트병, 가끔 바깥에서 커피 마시면 쓰는 일회용컵, 플라스틱 빨대... 이게 딱 '한 끼'에 나오는 쓰레기였다. 죄책감을 덜어내고자 한국폐기물협회 들어가서 페트병 재활용 방법도 찾아보았지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저렇게 한 끼 먹으면 속은 편해지겠지만 마음은 계속 불편한 것을. 지금은 락앤락 통에 점심을 담아 쇠젓가락으로 먹는다. 사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느꼈을까 생각이 든다. 플라스틱의 기한이 500년이란 말은 20세기 이후 만든 플라스틱이 지구 곳곳에 하나도 남김 없이 쌓여 있다는 뜻이고, 그게 어디선가 한반도 크기만큼 살아 있다고 생각하면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먹고 사는지, 지금 디딛는 땅이 얼마나 유한한지 그 심각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누군가에겐 유난스러워 보일 수 있고, 플라스틱을 아예 안 쓰는 건 현대 사회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무엇이라도 바꾸어나가자. 이게 2020년을 사는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2. 코로나 시국을 맞아 장안의 화제 카뮈의 페스트를 보았다. 전쟁의 아픔과 고통을 잘 담은 수작으로 평가되지만, 그냥 한 문장 한 구절이 지금이랑 소름돋도록 똑 닮았다. 70년도 더 전에 쓰인 문장으로 위로 받는 아이러니가, 내가 문을 열고 나가면 마주치는 사회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며칠은 등장인물이 페스트에 걸렸는지 아닌지 너무 궁금해서 발을 동동거리게 만든 일상이 코로나보다 더 가깝기도 했다. 댐이 터진 것마냥 밀려오는 몰입이 너무나 생생해서 도저히 책을 떼낼 수 없던 시간.


3. 참으로 재밌으면서도 허탈하게도, 콘텐츠가 주는 생생함이 과거보다 너무나 크게 다가온다. 얼마전 보았던 체르노빌 때문에 코로나보다 방사능이 더 무섭게 느껴진 때도 있었고 (고속버스를 타는 1시간 반 내내 바깥을 보며 체르노빌을 떠올리곤 저 들판은 괜찮은건가 이런 생각까지) 추천을 받아 보기 시작한 멜로가 체질 때문에 다시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니 작년 12월 장범준 콘서트 갔을 때 바로 옆 커플이 정말 내내 가만히 있다가 이 노래 부르겠다고 하자마자 "네 이것 때문에 여기 온거에요!" 해서 아니??왜?? 했는데 네~ 이제 알겠네요~ (그래도 노래 좋은 거 많아요) 범준장님은 이 노래 덕분에 콘서트 만석이 된 것 같다고 좋아하셨는데.... 아니 근데 난 콘서트 언제가? 공연 언제가?? 락페는 언제가???????

4. 도서관/헬스장/영화관 그리고 락페스티벌과 FF에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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