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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탑밴드

누구나 음악을 꿈꾼다

흐바흐바 2011. 8. 14. 15:02
누구나 음악을 꿈꾼다. 그리고 그 중에는 소수의 밴드음악을 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언제나 밴드는 동경이고 꿈이고 이상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런 사람들이 TV에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모여든다. 같은 꿈을 꿨던 사람들이 TV앞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꿈을 대신 악기로, 보컬로 말해주는 밴드를 모여 매일매일 그들의 노래를 듣기 시작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하기로 결심했던 탑밴드의 포스팅을 이제서야 시작하는 이유는. 그 노래에서 빠져나왔기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던, 지극히 '좋아서 하는 마음'을 꼭 표출해야 할 때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단지 락밴드 뿐 아니라 펑키밴드, 브라스 밴드까지 탑밴드에는 다양한 밴드들이 나온다. 사실 alternative rock을 가장 좋아하는 나로서는 브라스 밴드의 노래까지 들어보진 못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BBA나 제이파워밴드 노래를 듣게 된 건 정말 다행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유일한 라틴밴드인 라떼라떼는 그동안 전혀 눈 여겨 본 밴드가 아니었으나 어제 패자부활전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뭇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 잡았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니 그렇게 신나보이고 즐거워보일 수 없었다는.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직장인 밴드 S1보다는 라떼라떼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S1도 직장인 밴드 중 단연 갑. 신한금융에서 일하는 리드기타 양선웅님의 인터뷰를 보고 뭔가 맞은 듯한 느낌도. 그 분의 아내께서 "16강에 올라갔으면 좋겠어. 하지만 떨어지면 더 좋겠어."라고 보낸 문자에서 밴드를 하는 그들의 고뇌를 엿볼 수 있었다. 논외지만 브로큰발렌타인의 보컬도 탑밴드 출연 이후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가 번듯한 외국계 회사를 다니다가 퇴직한 사실은 뉴스거리가 될만하지만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음악과 생업을 선택하는 기로에 서야만 했던 현실. 탑밴드에 나와 1위를 해 홈씨어터도 받고 여러 혜택을 받더라도 지금의 음악을 직업으로 삼기는 어려운 현실. 아마 이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매니아 시청자들을 탑밴드로 이끄는 매력 아닐까. 섣불리 음악을 선택할 수 없지만 자신들의 꿈을 이루어주는 밴드들이, 정말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지산에 갔는데 익숙한 얼굴이라 인사를 할 뻔했다던 그런 소소한 에피소드마저 탑밴드를 조금만 더 관심 있게 지켜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이라 더욱 이 프로그램이 소중하다.

오늘의 포스팅은 어떤 특정한 밴드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탑밴드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것. PD님도 인정했듯 탑밴드 1회는 '재앙'으로 불리고 그 이후 시청률은 5%에서 3%를 유지하고 있다. 예능적인 요소나 신해철 씨의 등장으로 오늘 처음으로 네이트 연예기사 20위권 안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제 탑밴드의 시청률은 3.2%. 제작진도 약간은 포기한 입장이고 오히려 예능국에서 안 만들고 교양국에서 만드는 프로그램이라 시즌2 가능성을 점치는 글들이 많지만, 시청률은 정말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시청률이라는 게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발목을 죄는 지표와도 같다. 2009년 여름 드라마 탐나는도다를 좋아했을 때도 시청률이 mbc 주말 8시 드라마였는데 8%가 평균이었던 것 같다. 조기종영이 거론되자 한겨레에 광고까지 내는 등 여러 활동이 디씨인사이드 갤러리를 중심으로 있었음에도 정말 중요한 장면이 짤린 채 드라마는 서둘러 막을 내려야만 했다. 시청률이라는 건 이런 것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과목이라도 그 성적이 안 나오면 허탈하고 기가 빠진다. 더 열심히 할 힘도 없어지고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도 어렵다. 탑밴드를 그나마 시청률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은 다음팟을 통해 공연(혹은 경연) 무삭제 풀영상을 공개하는 것, 제작진(특히 책임ep 김광필PD님!)과의 자유로운 의사소통 및 피드백, 정말 '알아서' 탑밴드를 찾고 꾸준히 댓글을 남기고 홍보하려 노력하는 매니아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등의 요소 등이다.

특히 탑밴드가 꾸준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저런 3요소가 복합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 아닐까 한다.

먼저, 다음팟을 통해 공개되는 영상은 조회수가 10만이 넘어가는 영상이 있을 정도로 인기이다. 다음팟 브랜드 순위에서 가끔 밀려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3~4위 정도를 지키고 있다. 나는 가수다와 몇 만명의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PD님의 말씀대로 일단 순위표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포털에서 더 신경을 써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또한 탑밴드 매니아들이 제작진의 피드백 능력을 인정하는 부분도 다음팟에서 발견이 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게이트플라워즈의 악어떼가 등장한 것이다. 그날 게이트플라워즈는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라는 노래로 압도적으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는데 해당 동영상에 가장 많이 달렸던 댓글은 '악어떼를 보고싶다'였다. 아.. 마성의 악어떼. 사람들은 그렇게 기다렸고 정말 그렇게 올라왔다! '악어떼'란 단 세글자의 제목을 달고. 현재 악어떼는 추천수 895의 인기동영상 중 하나가 되었다. 여튼 다음팟은 탑밴드 흥행의 일등공신. (흥행...이라 하기에는 어려운 시청률이지만 넷상 반응은 좋으니) 본방이 끝나면 거의 바로 다음팟에 풀영상이 올라오는데 이걸 보며 사람들의 생각이나 반응을 읽는 것은 좋은 노래를 끊기지 않고 계속 듣는 것과 비례해 아주 유쾌한 경험이기도 하다. (또한 비슷한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 그런지 싸우는 분위기도 없고 아주 훈훈)

(드럼 님은 안 계시지만 게이트 플라워즈!)


한편으로 탑밴드는 제작진의 활동이 활발한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바로 책임ep인 김광필 PD님이 블로그(http://blog.daum.net/feelkk/)와 트위터(@feelkk)로 정말 열심히 탑밴드 홍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시청률의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트윗을 쓴 적 있었는데 그걸 PD님께서 RT해주셔서 깜짝 놀란 경험이 있다. 혹자는 '트위터만 한다'는 비평을 하지만 그게 은근히 탑밴드 매니아를 하나로 묶어주는 구실점의 역할을 한다. 일부러 그러시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특히 멘션을 쓰실 때 해당 트위터리안의 아이디를 뒤에 적는 형식을 많이 구사하시는데, 그게 팔로우하는 사람들에게 다 보이니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알게 모르게 매력이다. 블로그에 가면 정말 '제작일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소소한 내용들이 많이 있다. 탑밴드의 충성심을 높여주는 하나의 도구라고 볼 수 있다.

사실 탑밴드의 화력은 좋지 못한 편이다. 예선을 통과한 팀이 200팀이었고 거기에서 추리고 추려서 24팀, 16팀이 가려진 것이다. 그만큼 각자 밴드에 대한 팬도 생기고 그 팬들이 탑밴드 자체에 몰리는 것이 아니라 각 밴드의 팬페이지나 사이트에 몰리면서 탑밴드는 그 퀄리티에 비해 탑밴드 자체를 이야기하는 팬은 적은 편이다. 다음팟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기는 하지만 그들이 하나의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아이돌의 음악과는 달라 '한 번 들어볼까'하면서 오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최근에는 다음에 공식 팬카페도 생겼지만 확실히 다른 오디션 팬카페보다는 성장속도가 뎌딘 편이다. 올라오는 글 수도 그렇고 올라오는 컨텐츠의 질도 다음팟에서 볼 수 있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본인도 잘 들어가지는 않는 편이다. 이번에 공식 팬카페에서 톡식과 아이씨사이다를 대상으로 직접 인터뷰도 했던데 하신 분이 초보인지 확실히 '떡밥'이 부족한 인터뷰였다. 밴드 개개인에 다가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런 점을 보완한다면 공식 팬카페로서의 기능을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공식 팬카페와는 별개로 프로그램의 인기 척도를 나타내 주는 것이 바로 디씨인사이드의 '갤러리'이다. 슈스케나 위탄은 프로그램이 시작하자마자 갤러리가 생긴다. 갤러리가 왜 아직까지 생기지 않는가에 대해서는 억측도 있고 제대로 밝혀진 게 없긴 하지만 탑밴드 매니아들이 가장 노력하는 부분이 바로 '탑밴드 갤러리'를 만드는 것이다. 7회 이후부터는 나가수갤에 글이 많이 올라오다가 현재는 글이 500개도 안되는 (그것도 일전에 김경호갤로 쓰였던) '오천만의 대질문'갤러리(http://gall.dcinside.com/5000man)에 둥지를 튼 모습이다. 현재 여기에 라떼라떼 베이스를 담당하시는 분이 입갤(!)하시면서 대형 떡밥이 던져진 상태이고, 또한 쉽게 예측 가능한 탑밴드 매니아(락 매니아 + 남자 + 성인 + 인터넷과 컴퓨터를 좀 다루는 + 디씨문화에 익숙한)이 유입되면서 어제 방송 이후 흥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김광필PD님도 탑밴드 갤러리 생성을 위해 노력하신다니 유식대장이 엄청 락을 싫어하지 않는 한 곧 생기지 않을까 한다는.
만약 탑밴드 갤러리가 생기면 지금까지 디씨인사이드 갤러리에서 활동했던 내역으로 보아 화력이 모아지고 결승 무렵에는 조공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확실히 화력이 모아지만 시청률이 좋지 않더라도 프로그램이 꾸준히 가는 게 있으니 탑밴드 입장에서는 굉장히 다행스러운 일. 또한 탑밴드 특성상 밴드들이 음악했던 영상이 계속 남아 있기 때문에 시즌2를 준비하는 휴지기나 혹은 프로그램이 답보상태에 빠졌을 때 매니아들에게 지속적인 떡밥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밴드들이 그냥 있지 않고 계속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기 때문에 여러 공연 소식들이 휴지기 동안 탑밴드 갤러리를 장식하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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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으로 탑밴드 시청률을 확인하고 아.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일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내가 하고 있는 거라곤 다음팟에 들어가 어제 영상 댓글 반응 확인, PD님 블로그 들어가 글 읽기, 네이버에서 탑밴드 실시간 검색해 반응 보기, 내가 좋아하는 밴드 영상 보기, 그들이 공연 소식 듣기, 나가수갤러리 들어갔다가 오천만의 대질문 갤러리 들어가서 글 다 읽어보기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프로그램인데 시청률이 뭔 대수인가!하고 한마디 하고 싶은 심정이다.
무엇보다 이 글을 직접적으로 쓰게 만든 원인은 바로 여기에.

 

(디씨인사이드 오천만의 대질문 갤러리 (임시 탑밴드 갤ㅋㅋㅋ) 킥봉식님의 글 중에서)


 

그래, 진짜 할 일도 엄청 많은 데 밥도 안 먹고 탑밴드만 몇 시간째 보고 있는지. 좋아한다는 건 뭔지. 음악이라는 게 뭔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탑밴드를 좋아하는 이유. 이 댓글이 말해주고 있다.
"그래, 산다는 건 이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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