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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칼럼1. 어-하는 순간. 본문

글/감성티쳐

연애칼럼1. 어-하는 순간.

흐바흐바 2012. 8. 27. 23:03

통계학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게 되기까지는 30초가 걸린다고 한다. 이 문장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좋아하는 것’과 ‘30초’라는 짧은 찰나의 시간이다. 연애란 누군가를 좋아해야만 가능하다.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좋아하는 감정은 한 사람이 다른 이성과 다르게 느껴질 때이다.

 

왜 저 사람이 신경 쓰일까. 나의 일상에서 그 사람이 하나의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생겨나는 그 신경쓰임. 내 것임에도, 내가 가지고 있음에도 마음이 갑자기 타인의 것이 된 마냥 낯선 순간. 사람을 좋아한다는 마음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좋다는 마음은 다른 사람과 달리 그 사람을 특별하게 만든다. 모두에게 같았을 뿐인데 나에게는 특별한 사람이 되는 그 순간. 특별히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고 특별히 어디에 갔는지 궁금하고 특별히 삼시세끼를 챙겨주고픈 사람이 마치 원래 내 마음에 있었던 것처럼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런데 이 특별하다는 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사랑이 어디에서부터 오는지 우리는 항상 궁금해 한다. 그러나 좋다는 마음처럼 깨닫기는 어렵다. 특별해지는 순간은 30초보다 더 적은 시간. 아주 찰나의 순간에 벌어지기 때문이다.

 

여기 브리또를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 그는 소개팅을 흔한 파스타집이 아닌, 브리또 집에서 하기를 원한다. 그는 예쁜 척하는 여자가 싫단다. 브리또가 필연적으로 만들어내는 지저분함이 그녀의 평소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확신한다. 여기 소개팅을 앞둔 여자가 있다. 그녀는 오랜만에 하는 소개팅에 마음이 설레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브리또를 먹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남자에 대한 불안과 흰 원피스를 입고 나왔는데. 흘리면 어떡하지. 란 생각이 공존한다.

 

남자는 여자를 만났다. 남자는 그녀의 다리가 예쁘지만 머리스타일이 별로라 생각한다.

여자는 남자를 만났다. 여자는 그의 외모는 꽤 괜찮다 생각했지만 격식 없는 태도가 싫다.

서로 그저 그런 만남이 될 것을 직감하며 자리에 앉는다. 자기소개를 하고 음식을 주문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 뒤 남자는 심드렁하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그 순간 남자의 눈이 번쩍한다! 브리또 소스가 자꾸 손에 흘러내리자 여자는 매우 자연스럽게 (예쁘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도 잊은 듯) 손가락을 자연스레 입에 가져다 댔다. 그 모습이 남자의 마음을 울리기 시작한다. 어? 화들짝 놀란 마음이 이내 쿵쾅거린다. 그리고 귓가를 울리는 여자의 목소리. “브리또 좋아하신다더니 왜 이렇게 안드세요.”

 

 

 

이 남자가 어?하고 맞닥뜨린 그 순간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이라 설명해야 할까. 남자는 그 순간 작은 전율을 느낀다. 어?하는 순간 마음이 안정을 잃는다. 마음이 한 순간에 쏴-하며 뜨거운 물을 들이 붓는다. 뜨겁다고 난리라도 쳐야 크게 안 델 것 같은데 꾹 참고 있어야 하는 느낌. 쓰다듬을 받고 싶어 엄마 가까이에 갔지만 괜히 우물쭈물대는 마음에 괜한 표정만 짓고 있는 어린아이처럼.

 

그냥 그런 사람. 그런데 어?하는 놀라움이 문을 두드리는 그 순간. 가벼운 식사를 마치고 “하나 드세요”라며 사탕을 내미는 후배의 흰 손이 불쑥 마음을 간지럽힐 때, 흔치 않은 술자리에서 언제 또 보냐며 자주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지하철 플랫폼에서 내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웃을 때. 내가 어디 사는지 어느 날 갑자기 궁금해 할 때. 뒷모습만으로도 그 사람을 구분할 수 있을 때. 머리보다는 마음이 먼저 알 때.

 

그 사람은 원래부터 그 사람이었지만 보통의 존재에서 의외의 면을 발견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 중에 제 짝을 찾는 것도 신기한데 그 사람의 100가지 행동 중 1가지가 눈에 띄어 나머지 99가지가 좋아지는 그 자연스러운 느낌.

 

우리가 어?하는 순간을 맞닥뜨렸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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