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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1.03.10 출산휴가 두번째날 @광화문-안국

흐바흐바 2021. 3. 11. 12:35

허무하게 보낸 출산휴가 첫번째 날을 뒤로 하고, 두번째 날이 밝았다. (지금이야 이렇게 셀 수 있지만 나중엔 셀 수 있을까나) 오늘은 이전부터 생각하던 광화문과 안국을 뿌셔보기로 했다. 걷기가 일종의 목적이 된다는 것도 아주 가끔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만 보 이상 걷기는 나에겐 쉬우니까. 그러나 나중 일이지만, 몸은 착실히 무리하고 있다는 듯 집에 가는 버스에서 곯아떨어졌다.

 

요즘 공사 중인 광화문 광장. 미먼이 좀 있는 날이었지만, 역시 가까운 사진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우연히 수문장 교대식도 보았다. 광화문을 볼 때마다 내가 서울에 있음을 실감한다. 서울=광화문 아닐까. 현대 건물처럼 웅장하지 않지만, 그래도 인간을 품는 거대함과 그 역사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작아지면서도 한 편으로는 시간의 흐름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내가 작아지기 위하여', 가만히 살펴볼 수 있는 객체가 있다는 사실은 아주 많이 위로가 된다. 

광화문을 가만히 바라보다 국립현대미술관 쪽으로 걷는다. 거리는 퍽 다르지만, 마치 천변풍경을 쓰는 박태원처럼 그 일대를 거닐어본다. 

3월 10일인데, 재빠른 꽃들은 벌써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친구들이 혹시 기후변화로 산후조리원에서 벚꽃을 볼 수도 있지 않냐고 했는데... ㄹㅇ일 수도,,

익숙하면서도 낯선 안국 거리를 걸어본다. 저기엔 찻집, 저기엔 인포데스크. 관광객이 없는 안국이라지만 그래도 꽤 사람들이 있다. 올해 여자들의 패션 트렌드가 한 눈에 보인다ㅋㅋ 지그재그에 부츠가 엄청 올라와있겠구나 생각하며..

이번 안국 여행의 종착지는 프릳츠다.

야외에 앉기엔 쌀쌀해서 실내로 자리를 옮겼다. 야외에 앉으니 참새들이 엄청 노닥거리며 다가온다.

빵을 좋아하지 않지만, 임신하면서 꽤 먹은 것 같다. 얼마전에 생활의 달인에서 스콘 달인이 나왔길래 나도 엉겹결에 스콘을 시켜봤는데...... 역시 빵을 왜 돈주고 먹는지 이해할 수 없다 ㅋㅋㅋㅋㅋ (샌드위치 제외) 임신 10개월되니 입맛도 천천히 내 스타일로 돌아오는 것 같다. 그동안 유별난 것(피자, 빵, 이탤리안 등의 양식...)이 땡겼는데 그건 꿈동이 입맛인거고 난 아냐..

오랜만에 마신 프릳츠 커피는 산미가 강했다. 원래 이렇게 신 커피였나? 생각을. 다행히 디카페인이 있었다.

7일에 베이피페어갔을 때 주문한 젖병에 the year of ox라고 쓰여있었는데, 이처럼 '띠'를 오래 진중하게 생각한 적은 없던 것 같다. 넌 정말 소띠 해에 태어나는구나.

해질녘이 되자 오늘 해의 마지막이 불타오른다. 문 틈새로 나오는 빛이 오늘도 안녕이라 말해주는 듯.

사실 여기를 걸으며 내내 생각했던, 광화문TR과 416달리기. 사실 광화문을 더 사랑하게 된 배경엔 달리기가 있었음을 숨길 수 없다.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궁의 고즈넉함과 상반되면서도 어울렸던 조심스러운 달리기. 따뜻한 4월 봄날에는 누구도 숨소리도 내지 않고 아주 고요하게 뛰었던 기억들. 경복궁을 한바퀴 돌아 시티런을 할 때도, 광화문 주변을 계속 돌 때도 어김없이 지나갔던 길인데. 오늘은 나 혼자다.

생각만 하던 고요의 길, 광화문과 안국을 걸었던 것도 좋았지만 이렇게 기록을 남길 수 있어 더 좋다. 돌아가는 길엔 광화문 교보에 들려 보고 싶은 책 리스트를 정리해보았다. 화룡점정이다 ㅎㅎ

너무 피곤해서 잘 잘 거라 생각했지만 역시 만삭의 달에는 약간 어려웠고.. 스콘 먹어서 입이 너무 달아 저녁은 가성비가 별로 없는 떡볶이를 시켜먹었다. 떡볶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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