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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과 여백

흐바흐바 2015. 12. 31. 09:38


내가 관심 있어 하는 이론 중 복잡계이론이라는 게 있다. 물리학 이론인데, 사실 복잡계하면 어려워보이지만 complexity가 들어가서 이런 모양이 되었다. 복잡계 이론은 간단하다. 우리의 삶은 비례도, 반비례도 뭐든 정확히 아니고, 20:80비율처럼 긴 꼬리를 그리는데, 그것 또한 프랙탈, 다 일정한 패턴이라는 것이다. 프랙탈 넘버에서 프랙탈이 왔다. 당신의 브로콜리가 프랙탈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내용으로 복잡이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 <자전거 도둑>을 보고 마지막에 아들이 아버지의 손을 잡는 데에서 '치졸해서가 아니라, 인생과 세계의 복잡성을 정확히 반영한 데서 생겨난 복잡함'이라고 서술하였다. 그 찰나를 잡는 감독의 눈도 좋지만, 또 무릎을 탁치며 인생의 복잡함을 느끼는 지점을 잡아낸 영화가 역시 거대하게 느껴졌다.



복잡함. 머뭇거리다가 놓쳐버리는 지하철말고 열심히 뛰었는지 놓치는 지하철이 인간에게는 더 복잡하다. 차라리 뛰지 말 것을. 어차피 놓칠 지하철이었는데.

대림역 환승구간을 성큼성큼 올라가면 멀리에서 전광판이 보인다. 2호선이 어디쯤 왔는지.

구로디지털단지 출발이면 안 뛰어도 되지만, 접근,이면 뛰다가 계단은 천천히 올라가도 되고, 접근은 무조건 뛰어서 계단도 두 칸 씩 올라가야 한다.

그렇지만 개발자의 배려 덕분인지. 사실 접근이면 조금 틈이 있고, 도착은 냉정히 도착이다.


이것도 긴 인생의 짧은 복잡함이라고 한다면 복잡일 것이다. 나는 그 패턴을 읽었으니까.


인간의 복잡함은 여백에 반비례하는가? 아니다. 복잡할 수록 여백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여백은 무엇으로 채워야하는가?

여백은 채우지 않기 때문에 여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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