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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급격하게 별로가 되나

흐바흐바 2021. 1. 6. 08:16

2020년 연말, 코로나19 악화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 및 연장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엄청 많아졌다. 그 와중에 책은 계속 읽고 싶어서 도서관 갔다가 책만 빌리는 식으로 짧게 다녀오곤 했다. (로욜라라도 여는게 어디인가 ㅠㅠ) 무슨 책을 읽을까 생각하던 중 트위터에서 봤던 <펜데믹>을 빌렸다.

 

처음 <팬데믹>을 읽고 싶다고 생각이 든 이유는 김초엽 작가가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워낙 재미있게 읽은터라, 김 작가의 이름을 보는 순간 흥미로운 책의 반열에 올라갔다.

역시는 역시인지라, 김초엽 작가의 작품은 꽤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팬데믹에 맞는 단편집을 묶은 기획소설이라 깊이나 길이 면에서 출판된 기 소설집을 따라갈 수 없었지만, 작가 특유의 장점인 반전도 있고 꽤 재밌게 시작. 

그러나 제목처럼, 그 뒤에 나오는 소설들은.... 먼저, 팬데믹에 어울리는 소재를 찾다가 매몰된 것처럼 전혀 와닿지 않았고, 두번째로, 책장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보다는 언제 끝이 날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감이 없었다. 물론 각자가 생각하는 팬데믹 이미지, 이른바 멸종, 멸망, 인류(지구) 최대의 위기 등이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팬데믹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녹아드는 것이 책 전반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팬데믹'에 대해 논점 없는 글들만 나열되어 '여섯 개의 세계'라는 부제만 충족할 뿐이었다. 그냥 전반적으로, 지루했다. 기대가 과했다. 

 

그리고 서점 매대에 놓일 정도로 인기를 끈 <죽은 자의 집 청소>. 이 책은 읽고 싶어서 로욜라에 예약 신청까지 했던 도서이다.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유퀴즈에 특수 청소 전문가 김새별 대표가 출연한 편을 재미있게 시청했기 때문이다. 그 뒤에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났을 때 당연히 그 분이 쓰신 줄 알았는데, 저자는 다른 사람이었다. 특수 청소 세계가 생각보다 크다고 고개를 끄덕거리곤, 책을 읽어봐야고 생각했다.

예약된 도서를 찾을 수 있는 날이 서울을 떠나는 날밖에 없어, KTX 타기 전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로욜라 언덕을 올라올라 부랴부랴 도서를 찾곤 서울역으로 향했다. 이 정도의 고행(?!)이 있었는데! 아 책이 얼마나 재밌을까- 두근두근하면서 펼친 첫 장. 

흠..그러나. 냉정히 말해 너무나 현학적인 문체가 즐비했다. 현실과 콕 닿은,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한다는 직업과 대비하여, 문체는 마치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뜬구름 같았다. 저자가 일본에서 있었던 탓인지, 곳곳에 발견되는 일본어투의 문장도 그렇고. 2부가 오히려 훨씬 담백했고, 1부는 특수 청소의 세계를 궁금해한 나에게 전혀 와닿지 않았다. 

"유아 교육용 전자계산기로 태양계의 신비를 풀어보겠다고 나서는 아인슈타인의 먼 친척에게 기대를 거는 편이 더 낫다. 이렇듯 두뇌가 명석하지 않은 자가 생각이 많으면 삶이 고달파진다"(p.144) 그러나 2부에도 이런 문장이 나온다..

철학적인 시선을 다루는 것은 정말 좋지만, 현실과 많이 떨어진 비유와 수식어는 조금 버려두었으면. 또한 2부의 '나쁜시키'같은 일화를 좀 더 굴비 엮듯 엮어서 보다 입체적으로 책의 구성을 달리했으면 훨씬 좋았을 책이다.

여튼 위와 같은 이유로 책은 대체로 지루했다. 뒷 이야기가 궁금하긴 한데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곤욕스러웠다면 무슨 말을 더 할까. 사서 봤으면 돈이 아까웠을 것이다. 누가 책이 어떠냐 물어본다면, 아주 냉정하게, 유퀴즈의 특수 청소 전문가 편을 계속 돌려보는 게 훨씬 낫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이렇게, '와닿지 않는 책'들은 독자의 기대, 참여 작가, 출판사... 여러가지 좋은 조건에도 급격하게 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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