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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It True?
나는 스물여섯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해외여행이란 걸 했다. 곱씹어보면 신기하게도, 교정을 거닐다가 누군가 하나투어박람회 표를 주었고, 그 표를 들고 1시간 반이 걸리는 일산 킨텍스까지 가고, 중국 10대 명소 추첨 이벤트가 있어서 사람들이 제일 안 갈 것 같은 황산을 써서 응모함에 넣은 것인데, 그게 딱 된 거다. 당첨 소식을 듣자마자 내가 가장 처음 했던 행위는 내 등을 가득 가릴 정도의 노란 배낭을 사는 것이었다. 중국 가이드가선물로 준, 뭐든지 잘 썰린다는 날카로운 장미칼은 패키지 여행 중 비교적 친절히 대해준 한 부부께 부탁했다. 칼을 기내에 들고 못 탄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광명시청에 모의면접을 보기 위해 기다리던 무리들을 빤히 바라보곤 따끈한 여권을 수령하고 여행..
내가 관심 있어 하는 이론 중 복잡계이론이라는 게 있다. 물리학 이론인데, 사실 복잡계하면 어려워보이지만 complexity가 들어가서 이런 모양이 되었다. 복잡계 이론은 간단하다. 우리의 삶은 비례도, 반비례도 뭐든 정확히 아니고, 20:80비율처럼 긴 꼬리를 그리는데, 그것 또한 프랙탈, 다 일정한 패턴이라는 것이다. 프랙탈 넘버에서 프랙탈이 왔다. 당신의 브로콜리가 프랙탈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내용으로 복잡이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 을 보고 마지막에 아들이 아버지의 손을 잡는 데에서 '치졸해서가 아니라, 인생과 세계의 복잡성을 정확히 반영한 데서 생겨난 복잡함'이라고 서술하였다. 그 찰나를 잡는 감독의 눈도 좋지만, 또 무릎을 탁치며 인생의 복잡함을 느끼는 지점을 잡아낸 영화가 역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