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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치

엄기호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흐바흐바 2011. 2. 19. 22:21

엄기호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문제의식 및 토론 거리

 

작성일: 2011년 2월 5일

 

1. 대공감

가장 먼저, 책 14-15페이지에 있는 내용에는 매우 동의하는 편이다. 보수나 진보의 입장에서 보기에 요즘 대학생들은 ‘철없이 돈 쓸 줄만 알고 사회 현안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책 전체 부분 중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이다.

2. 대학

저자는 책 초반부에 대학교 서열에 대해 논하면서, 고대생 김예슬 선언을 매우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그 중 386세대는 김예슬에 열광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대학생들은 시큰둥했다는 말은 김예슬 이후를 정확하게 판단한 듯 보인다.

실제로 본인이 2010년 1학기 신방과 수업인 ‘온라인 저널리즘’을 수강할 당시 이에 대해 논하는 시간이 있었다. 당시 담당 교수님이었던 오마이뉴스 대표 오연호 교수님은 김예슬 선언을 직접 프린트해오는 열의(?)까지 보였지만 나를 포함, 약 30명이 되는 수강생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아마도 교수님도 그의 예상을 빗나간 반응에 꽤 놀라는 것 같이 보였다.) 이를 좀 더 심도 있게 다루고 싶어 했던 교수님은 수강생들에게 김예슬의 행동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해 보내주길 요구했다.

그 반응이 어찌했던 지간에, 김예슬은 실제로 많은 대학생들에게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이후 고대에 비슷한 내용의 자보가 붙긴 했지만 사소한 것에 그쳤다. 책에서는 지방대 혹은 비명문대 타이틀을 갖추고는 아예 관심조차 받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에 치중했지만, 본인이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보다는 김예슬 선언 자체에 관한 것이다.

제2의 김예슬, 제3의 김예슬이 나오지 않은 원인이 있다면 그녀의 행동은 지나치게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데에 있다. 물론 이 글에 등장하는 상황에는 나도 동의하는 편이다. 나도 스펙을 중요하다 생각하고, 사실 학점을 잘 주는 과목을 수강신청 때 우선순위에 넣은 적도 있다. 하지만 대학교 입학할 당시, 경영학과를 선택한 건 그녀였을 것이다. 자신이 한 선택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이상, 그녀 역시 경영학 학도로서의 의무를 그동안은 열심히 이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의 선택을 저버려야 하는 시기를 맞닥뜨렸다. 5년이 걸렸든 10년이 걸렸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누구나 씁쓸하다. 내가 말하는 '합리적'이라는 것은 그녀가 내린 자퇴라는 결과보다 그녀의 글에서 엿볼 수 있는 가장 종합적인 느낌이다. 단지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음을 후회하는, 씁쓸함을 지우기 위한 노력이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고 때문에 그녀의 행동에서 진정성을 느끼기란 매우 어렵다.(논외지만, 이후 ‘자퇴서를 제출했다가 부모님과 상의한 뒤 다시 돌려받았다더라’라는 소식은 본인의 생각을 굳히는 데 일조했다. 고대생들도 그녀가 자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더욱이 자신이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스스로보다는 외부적인 영향이 더 컸음을 항변하는 것도 같다. 어쩌면 영문과에 들어가도 경영학과 전공 학생과 똑같은 길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철학과에 들어가도 경영학과 전공 학생보다 더욱 뛰어난 기업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불편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이와 같은 이유로 본인은 김예슬 선언이 그렇게 비중 있는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건은 반짝하고 없어졌으며 대학 사회에 자그마한 풍문조차 일으킨 채 못하고 사그라졌다. 혹자는 이를 두고 앞에서와 같은 이유로 ‘철없이 돈 쓸 줄만 알고 사회 현안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사람들이라며 욕하겠지만, 실상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책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3. 스펙

스펙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최근 모 은행 공채에 토익 900점 이상인 사람이 1000명 이상이고 990점 만점인 사람도 10여명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토익이든, OPIC이든, 토익 스피킹이든 일정 점수 이상이 없으면 지원하기 힘든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스펙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본인은 주변과 비교해봤을 때 외부활동(혼자서 하는 인턴 제외)을 많이 한 서강대학교 학생에 속한다. 그런 자리에 나가 ‘서강대학교 다닌다’라고 했을 때 반응은 한결 같다. ‘서강대 학생은 거의 처음 본다’는 것. 이런 기준으로 보면 서강대 학생들의 스펙은 훌리들의 비난을 그대로 따르자면 ‘서망대’에 가깝다. 그러나 이 책에 언급될 정도로 서강대가 ‘준명문대’정도의 사회적 인지도가 있다면 스펙이라는 건 참으로 알쏭달쏭한 존재가 아닐지.

학점, 영어시험 등. 본인도 1학년 때는 이런 것들이 전부인 줄 알았지만 취업시장을 코앞에 두고 있는 4학년이 되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가장 뛰어는 스펙은 ‘남자’였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녀의 스펙 차이는 남//////////여 정도 된다고 볼 수 있다.

 

4. 폭력

엄기호의 책엔 20대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기도 했지만, 그의 책 전체는 ‘폭력’이란 단어로 관통되는 듯하다. 돈도 폭력이고, 소통도 폭력이고, 가족도, 학교 교육도 폭력이라고 간주했다. 물론 이 단어가 주는 어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20대로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그 의도는 알겠으나 지나치게 되풀이 되는 단어 ‘폭력’은 책의 의미를 반감시킨다. ‘인문학자가 본 폭력-20대 버전’ 정도가 책의 제목으로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좀 더 범위를 좁혀 ‘폭력’이 언급된 한 부분을 이야기해보자면, 학교 이야기를 하고 싶다. 특히 본인은 요즘 화제인 ‘체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본인은 자유방임을 표방하는 부모님 밑에서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사교육 스트레스를 평균 이하로 받고 자란 학생이었으며 동시에 고등학교 생활은 누구보다 즐겁게 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학교 문제에 관해서는 진보적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여러 정치적 현안을 두고 학교 문제를 ‘보수’, ‘진보’로 나누는 경향이 있는데, 학교 문제는 정치적 신념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개인의 가치관이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체벌은 어느 정도 허용이 되어야 한다. 덧붙여 미션 스쿨에 들어가기 싫다면 입학하기 전에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본인도 폭력의 범위가 매우 넓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선택 못하는 것’과 ‘선택 안하는 것’의 차이는 구분을 해야 하지 않을까.

5. 생각

이런 대학생들이 부모가 된다면 어떨까? 더욱 스펙에 목마르는 세대가 될지 아니면 더 자유분방해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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