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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파업에 대한 소고

흐바흐바 2020. 8. 23. 23:09

2020년 8월 22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97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세 때문에 근무도 집에서, 바깥활동을 엄금하고 있는 초기 임산부로선 참으로 힘빠지는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동시에 들려온 전공의 파업 확정 결의안. 의사의 의자 근처에도 가본 적 없고, 평소에도 크게 관심 없는 직종이라 아마도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으면 큰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급박한 시국에 그들은 왜, 파업을 하는가? 파업의 이유를 알아보려는 게 아니라, 진실된 이유를 묻는 것이다. 왜?

의대 정원 확대 반대, 비대면 의료 반대 등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크게 4가지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말마따마 공대가, 법대가, 미대가 정원을 확대한다고 관련 직종에 있는 사람들이 파업을 할 것이란 생각치 않는다. 그러나 의대는 파업을 한다. 이것만으로도 일반 사람들을 범접할 수 없는 '금수저면허'가 갖고 있는 위력을 시사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 위력을 무기삼아 파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반대하는 논리가 너무나 와닿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의사 수가 지금도 적은데 반대를 왜 하는거야..?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시대가 도래했는데 비대면 의료는 왜 안된다는거야...? 가뜩이나 시골엔 의사가 없다는데 공공의대는 왜 반대하는거야..? 일반인들이라면 쉽게 가질 수 있는 질문에 그들의 답변은 성명서나 입장문 등이 아닌, '덕분이라며챌린지'였다. 덕분에챌린지를 비꼰 덕분이라며챌린지를 통해 대중성과 입장의 선명성을 얻고자 했겠지만, 의료진만 아니라 소방대원, 경찰관, 코로나19를 위해 헌신하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덕분에챌린지를 까내렸다는 비판과 함께 '의대생 주제에' 다른 사람들을 농락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게다가 엄지를 내리는 모습이 저주를 퍼붓는 수어에 가까워서 결국 한국농아인협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사과를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1인 시위는, 파업은 강행되었다.

또한 지금까지 나왔던 책, 여러 인터뷰, 심지어 예능 출연에서 특정 과(응급의학과, 외상외과, 흉부외과 등)를 전문의들이 기피하는 문화가 있다고 의사들이 '직접' 말해왔다. 단순히 일이 힘들어서 혹은 개업하기 어려워서 이런 과들을 가지 않는다는 건 정말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처럼 지방에 내려가면, 시골에 가면 돈 벌기 어려워서 가지 않는다는 걸 사람들이 잘 아는데, 여기에 갑자기 의료 수가 현실화를 끼얹는다면? 당연히 대중적으로 '복지 차원에서의 공공' 개념이 더 와닿지, 수가 현실화 의제 자체는 전-혀 전달이 안되는 것이다. 

결국,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논리에 대한 선명하고 구체적인 입장 표명 없이 파업을 하니 프레이밍도 안된 의제여서 대중적으로 전달도 안되는 문제가 있고, 무엇보다 이 시국에 파업을 강행한다는 게 국민법정서와는 아주 거리가 먼, 국민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한다는 것처럼 비춰진다는 게 그들에게는 악재 중 악재이다.(그렇게 생각안하겠지만) 의사라면 사람을 살리는 직업인데, 본인들 금밥그릇 챙긴다고 환자를 버려? 이 프레임이 한 번 인식되니 돌아오는 건 국민들의 싸늘한 눈초리.

그래도, 금수저면허 위력은 무시무시해서 오늘 국무총리와의 대면에 성공. 그리고 아마 그들이 이길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어차피 한국은 환자가 의사를 선택하기 보단 의사가 환자를 선택해주고 그걸 받들여야 하는 입장이니까.

때문에 더더욱 슬기로운의사생활의 의사들이 얼마나 판타지였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세상에 이익준 선생님 같은 의사는 역시 없는걸까?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돈 앞에서 아무 것도 아니게 되는걸까? 때로는, 사람의 몸을 살리는 것보다 사람의마음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할 때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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