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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서키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본문

글/정치

클레이 서키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흐바흐바 2012. 1. 28. 00:53

Shirky, Clay. 2008. Here Comes Everybody (The Power of Organizing without Organizations). Penguin Group USA. 송연석 역. 2008『끌리고 쏠리고 들끓다』서울: 갤리온

Ⅰ. 새로운 힘, 인터넷과 이용자(users)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는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에 관한 보고서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형적인 ‘사람’ 소개 매뉴얼보다 더 가치 있다. 사람과 그들이 가진 ‘영향력’에 대해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인터넷을 이용하게 만드는가’가 아닌,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회과학적으로 의미 깊은 저서가 탄생되었다.

책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기존의 현실세계에 있던 사람들이 인터넷이라는 새 도구를 만나면서 ’바뀌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의 과정이 과거의 프랑스 혁명과 같은 물리적·대면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집 안방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일으킬 수 있는 손쉬운 것임을 역설하고 있다. 즉, 책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이용자가 힘을 갖는 패러다임’에 주목한다. 서키가 이야기한 웹의 특징인 ‘약속, 도구, 합의’ 역시 이용자에게 힘을 선사하는 방식이다. 이런 특징이 현재의 위키디피아(Wikipedia)를 만들었으며, 온라인 커뮤니티 등 사람들이 직접 만들고 꾸려나가는 공동체를 탄생시켰다. 결국 서키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이용자에 대한 인식과 더 나아가 그들이 갖는 힘, 파급력, 가능성 등이다. 인터넷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용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 역시 이 책의 화두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인터넷에서 이러한 흐름은 어떻게 표출될까. 책 서두에 나온 웹페이지와 마이스페이스 등을 통해 이바나의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는 이야기는 인터넷 이용자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을 가리킨다. 그들의 웹페이지와 마이스페이스를 보는 사람들이 친구에서 공무원, 일반 이용자, 경찰로 범위가 확대되면서 인터넷의 파급력은 극대화된다. 더불어 서키는 이바나와 에반의 이야기를 통해 인터넷 상에서 등장한 새로운 ‘그룹’의 특징을 덧붙인다. “중요한 사실은 일단 어떤 그룹이 만들어지고 난 다음부터는 커뮤니티 통제 등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화가 계속 이어지도록 내버려두든, 통제하든, 에반은 그 어떤 행동을 취했어도 복잡한 부작용을 낳았을 것이다.”(p.22) 이는 인터넷 상에서 일방향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뜻한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룹의 복잡성은 그룹의 크기보다 빠르게 증가”(p.38)하며, 과거 전문직만 가능했던 일이 대중에게로 이전되는 ‘참여의 아키텍쳐'(p.25)가 나타나는 것이다. ‘조직은 없으나 조직된 상태(to be organized without organization)’는 인터넷에 등장하는 그룹에 관한 명쾌한 단언인 셈이다.

 

Ⅱ. 진화하는 인터넷

인터넷이라는 도구, 이를 이용하는 이용자 간의 관계가 불가분적이라 지칭하는 것은 1차원적이다. 서키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인터넷을 통해 갖게 된 이용자 주도의 패러다임에 대해 설명한다. 이를 뒷받침 하는 사례가 앞서 제시한 에반과 이바나의 이야기인 것이다. 서키의 분석은 적절하지만, 이를 2차원으로 분류하는 데에는 현재 인터넷에서 엿볼 수 있는 여러 역동적인 상황이 단순히 에반과 이바나의 이야기에서만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진화하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용자들의 이용행태가 단순한 정보공유를 뛰어넘는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이다. 무엇이 있을까.

 

1. 정치적 도구로서의 인터넷

인터넷의 등장은 정치계에서는 대중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창구가 열렸음을 시사했다. 광장에서의 연설에서 벗어나 개인 홈페이지, 정당 홈페이지, (한국의 경우) 미니홈피, 블로그 등으로 흐름이 이어지면서 현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온라인을 이용한 정치활동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2010년 이후 정치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것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이다.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가 트위터를 매우 적절히 활용하는 모습으로 젊은 층에 어필함으로써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되는 데에 성공했다. 이 모습은 세계 각지에 많은 영향을 주며 정치인들을 너나할 것 없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으로 이끌었다. 한 편으로는 이용자들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일어났는데, 2011년의 쟈스민 혁명 등이 대표적이다. 분신자살한 노동자의 영상이 페이스북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끝내는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 SNS는 기본적으로 1인에서 출발하지만, 어떤 사람들과 연결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는지에 따라 그 파급력이 상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서키는 2008년 책을 낼 당시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예측은 했으나, 과감하지 못한 면을 보였다. “소수의 친구들을 위해 쓰는 블로그와 마찬가지로, 트위터는 대부분 대중이 아니라 친구들을 위한 서비스다. 트위터가 재미있는 이유는 메시지 자체가 유익해서라기보다는 받는 사람이 보내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p.197) 이런 부분은 트위터의 영향력을 상당히 정치적으로 생각하는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그룹으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는 근본적으로 정치성을 띠고 있는 만큼, 어떤 도구든 인식의 공유나 그룹 조율을 개선해주는 도구라면, 아무리 하찮게 보이는 것이더라도 정치적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p.200)라고 서술함으로써 특정 그룹이 인식 공유 및 조율을 행했을 경우 정치적 도구로 변모할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정치적 도구로서 전환하는 것 외에도 정치적으로 어떻게 활용되었을지도 책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내용 중 하나가 아닐까.

 

2. 사회적 지지와 커뮤니티

커뮤니티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실질적 이유이기도 하다. 커뮤니티는 인터넷 초창기 뿐 아니라 PC통신 시절부터 시작된 인터넷 역사의 살아 있는 화석이다.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관심사에 맞게 각자 선호하는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개념도 변화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인터넷 상에서 공통의 관심사나 경험을 가지고 유·무형의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하기 위하여 상호작용하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관계(유시정·오정철·오상진, 2006)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회적 지지’라는 개념과 연결되어 커뮤니티가 많이 연구되고 있다. 사회적 지지란 애착, 도움, 감정의 공유 등 감정적인 부분을 다른 사람을 통해 받는 사회학적 개념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적 지지가 한데 같이 연구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까닭은 감정적인 부분을 충족시키는 커뮤니티가 대거 출현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커뮤니티는 육아·출산, 다이어트 커뮤니티이다. 즉, 매우 사적인 정보를 공유하면서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더라도 서로를 통해 매우 감정적인 부분을 충분히 만족시켜준다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부분은 전통적 커뮤니티를 복원한 것이라 보는 라인골드(Rheingold, 1993)의 커뮤니티 정의와 유사하다. 라인골드는 ”충분한 수의 사람들이 인간적인 감정을 가지고 사이버 공간에서 인간관계의 망을 형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공적토론을 수행할 때 웹상에 출연하는 사회적 집합체“라 보았다. 이를 다이어트·성형 커뮤니티에 한정시켜 본다면 단순히 다이어트 정보만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다이어트 전후의 ‘Before&After’ 사진까지 함께 올리고 성형 전후를 비교함으로써 ‘인간적인 감정’을 갖는 부분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는 사회적 지지와 연결되어 이용자들은 해당 커뮤니티에 대한 애착과 충성도가 함께 커지고, 커뮤니티 내 네트워크는 심화되며 커뮤니티가 지속될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Ⅲ. 한계 - 위키피디아의 미래는?

서키는 책의 많은 부분을 위키디피아 소개와 태동, 의미를 서술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위키디피아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진짜 정보’를 ‘직접’올린다는 고관여의 참여 형태를 보여줌으로써 세계적으로 분명 성공한 모델이다. 서키 역시 이를 높이 평가했다. 또한 위키디피아는 어느 사이트보다 세계의 많은 언어로 서비스하며 위키피디아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생각했고, 이에 따라 이용자는 급격히 늘어났다. 이런 흐름은 ‘집단 지성’이라는 말을 탄생시켰다. 다수가 모임으로써 똑똑한 것, 가장 알맞은 것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다. 많은 언론들이 슈퍼스타K나 아이폰 역시 집단 지성의 산물로 보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집단 지성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전통과 권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에서 곧바로 단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익명성을 악용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거짓 정보를 올리는 등 인터넷 질서를 파괴하는 ‘사이버 반달리즘(Cyber Vandalism)’의 문제는 집단 지성의 대표적인 역기능 중 하나이다. 실명이 필요 없이 정보를 올릴 수 있는 위키피디아에서는 사이버 반달리즘이 특정인을 마녀사냥으로 몰아갈 위험성이 높은 편이다. 또한 아무리 집단 지성이라도 기존 권위에 의해 이미 만들어진 프레임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영국 BBC는 2010년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로마 교황청이 위키피디아의 편집을 조작한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 점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지와는 관계없이 이미 참여 자체가 기존 권위에 의해 예정된 경로를 걷고 있음을 의미한다.


참고문헌

안창숙. 2008. <온라인 브랜드 커뮤니티 동일시가 브랜드 태도 및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마케팅 전공. 

최인영. 2009. <건강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의 사회적 지지에 관한 연구-인터넷 다이어트 커뮤니티에서의 도움행위를 중심으로->. 서강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황숙영. 2010. <트위터 이용에 따른 사회적지지 차이에 관한 연구-육아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 중심으로->. 서강대학원 신문방송학과.

한국경제. 2012.1.27. “인터넷 집단 지성, 괴담에 휘둘리면 `집단 저능`으로” (검색일 201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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