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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It True?
마술적 사실주의의 창시자라 불리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을 출판하기 전 출간한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거대한 소용돌이는 없어도 대령의 하루가, 한 달이 보여주는 은밀한 내막이 너무도 두터워서 자연스럽게 응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작품. 그러나 여러 예상과는 달리 위와 같은 결말을 보여주며 최근 읽은 작품 중 (다른 의미로) 가장 충격적이었다. "똥." 15년을 연금을 기다린 대령. 사실 전쟁이 끝나고부터 따지면 50년의 세월. 작중 일흔다섯이었으니, 과연 그는 연금을 한 푼이라도 받아보고 생을 마감했을까? 수탉이 1월에 열린 투계전에서 이겼는지도. 그 때까지 과연 무엇을 먹고 버텼는지도 궁금해지는 작품. * 저자가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이 훈장을 팔아서 생활하는 등 궁핍한 경제적 사..
2017.09.27. 이립. 9월 내내 이립이란 단어가 떠나지 않았다. 공자님은 4대 성인이니까 서른에 스스로 일어남이 무엇인지 깨달으셨겠지만 나는 아주 어렴풋이 흔적만 더듬었다. 1988년 4월부터 10월까지 소설을 다시 써야겠다며 "글을 쓰는 것이 무엇인가를 계속 잃고 세상에서 끊임없이 미움받는 것을 의미하더라도 나는 역시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나라는 인간이고 그곳이 내가 있을 곳이다"라는 문장을, 그즈음 태어나 서른이 된 내가 목도하고 있었다. 온갖 어려움을 마주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에 더 깊이 생각했다. 그리고 좀 더 깊게- 열일곱과 켜켜이 쌓인 10년에 대해 생각했고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건강한 몸과 달과 케익을 들고 나를 보며 웃어주는 이..
"예술가들은 대체로 사회의 관성적인 틀을 깨고 융합적 시도를 하는 데 능합니다. 하지만 개인의 예술적 관점에서 특화된 세상을 묘사하기에, 일반인들 모두가 작가의 통찰을 공감하는 데는 한계 역시 존재합니다." 예술가의 관점을 일반인이 채 다 이해하기 어렵듯, 모든 직종/성별/연령/지역/국가 등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이해하는 바도, 생각하는 바도 모두 다르게 설계되어 있고, 그렇게 되어 간다. 잊고 살았지만, 너무 뻔해서 그렇기에 다시 한 번 더 곱씹어보는 문장이다. SDF x ART MAILING 중2020.09.03
나는 스물여섯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해외여행이란 걸 했다. 곱씹어보면 신기하게도, 교정을 거닐다가 누군가 하나투어박람회 표를 주었고, 그 표를 들고 1시간 반이 걸리는 일산 킨텍스까지 가고, 중국 10대 명소 추첨 이벤트가 있어서 사람들이 제일 안 갈 것 같은 황산을 써서 응모함에 넣은 것인데, 그게 딱 된 거다. 당첨 소식을 듣자마자 내가 가장 처음 했던 행위는 내 등을 가득 가릴 정도의 노란 배낭을 사는 것이었다. 중국 가이드가선물로 준, 뭐든지 잘 썰린다는 날카로운 장미칼은 패키지 여행 중 비교적 친절히 대해준 한 부부께 부탁했다. 칼을 기내에 들고 못 탄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광명시청에 모의면접을 보기 위해 기다리던 무리들을 빤히 바라보곤 따끈한 여권을 수령하고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