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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It True?
2020년 8월 22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97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세 때문에 근무도 집에서, 바깥활동을 엄금하고 있는 초기 임산부로선 참으로 힘빠지는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동시에 들려온 전공의 파업 확정 결의안. 의사의 의자 근처에도 가본 적 없고, 평소에도 크게 관심 없는 직종이라 아마도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으면 큰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급박한 시국에 그들은 왜, 파업을 하는가? 파업의 이유를 알아보려는 게 아니라, 진실된 이유를 묻는 것이다. 왜? 의대 정원 확대 반대, 비대면 의료 반대 등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크게 4가지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말마따마 공대가, 법대가, 미대가 정원을 확대한다고 관련 직종에 있는 사람들이 파업을 할 것이란 생각치 않는다. 그러..
남아공 출신의 저스틴씨가 해방촌을 돌아다니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는 '공동체' 즉, 영어로 커뮤니티라는 말을 몇 번이고 했다. 동방예의지국. 이웃간의 정. 이것들을 말하는 이들은 이제 한국에 희귀하건만 외국인의 입에서, 흔히 한국 언론에서 자주 말하는 '이방인'의 입에서 공동체를 이야기하고 동네를 마을화한다. 주택들이 모여 있고, 외국인이 많은 해방촌이라는 동네 특성이 크게 영향을 미칠테지만, 그래도 '이방인'이 말하는 커뮤니티란 참으로 생경했다. 이것이 아직도 내가 어서와 한국을 처음이지를 보는 이유. 또한 최근엔, 많은 방송에서 '일상'도 날 것이 아닌 한꺼풀 덮은 생활을 나열하는 데에 비해(특히 나혼산..) 그나마 외국인의 생활엔 raw가 있다. 달시 파켓과의 만남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영화를 말하..
2019년 11월 5일 화요일, 많은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7호선. 내년 3월을 기약하며 무심코 듣던 그린데이 노래가 갑자기 어느 순간 너무나 아름답게 들려왔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래를 듣고 또 들었고 안양천에 나가 온갖 가을의 바람을 맞으며 또 듣고 또또 들었다. 매일 듣는 선율 속에 이제 가을 바람을 새겨넣었으니 이제 그 노래가 흘러나올 때면 나는 어디에 서있건 가을 바람을 느낄 수 있다. 나의 세계라는 건 그렇다. 사람의 세월을 주름이 기록해주듯 나는 이런 순간을 차곡차곡 새겨넣고 있을 뿐이다. 먼훗날, 신 앞에 서서 나의 영혼을 바칠 때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나는 그만인, 그런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에밀 싱클레어가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지만, 오직..
일기는 나름 쓰고 있었고, 올해 들어 다이어리는 매일 쓰자고 다짐해서 다이어리에만큼은 뭔가를 끄적이고 있기 때문인지 블로그엔 매우 소홀했다. 그런데 몇 주 전, 블로그에 들어와 내 글을 찬찬히 보니 2012년의 나, 2013년의 나... 나의 생각이 차곡차곡 들어 있었다. 놀라웠다. 글만으로도 그 때로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 돌아간 게 아니라 시간과 공간이 옮긴 듯한 느낌 그 자체. 무엇보다 다이어리는 한 해가 지나면 들고다닐 수가 없는데, 여기엔 사진도 댓글도 나도 있으니... 이 공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뭔가를 쓰고자 한다. 그렇다. 뭔가를 쓴다. 블로그에. 지난 금요일에는 러닝 크루에서 만난 친구들과 한강을 갔다. 한강은 내가 서울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지만, 요 몇년 중 99%는 한강에 달..